비워진 시간은 아직 돈이 아니다.
AI로 한 시간 걸리던 일을 삼십 분에 끝냈다. 그 순간 회사에 삼십 분치 현금이 생긴 것은 아니다. 급여와 계약금은 그대로일 수 있다. 대신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생긴다. AI 재무의 첫 질문은 이 둘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한다. 무엇이 빨라졌고, 어떤 지출이 실제로 줄었는가?
시간을 아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과로를 줄이거나 고객을 더 잘 도울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한 추정액과 통장에서 덜 나간 돈을 같은 성과로 적으면, 아직 없는 예산을 다시 쓰게 된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어디까지일까?
Dillon 등의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는 66개 기업, 지식근로자 7,137명을 대상으로 한 현장 실험이다. NBER의 2025년 11월 개정 초록은 6개월 실험의 후반부에, 도구를 사용한 처치군 직원들이 주당 이메일 시간을 약 두 시간 줄였다고 보고한다. 처치군의 80%가 도구를 사용했다. 개인의 시간 절약 외에 업무의 양이나 구성 변화는 감지하지 못했다. 이 결과는 기업 전체의 현금 절감액을 말하지 않는다. [1]
OECD의 2025년 중소기업 보고서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기업의 32.7%가 업무량 감소를, 83.0%가 필요한 전체 인원에 변화가 없음을 보고했다. 두 비율은 각각 다른 질문의 응답이다. 업무량이 줄었다고 급여 지출이 같은 비율로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보고서도 비용 절감이 초과근무 감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당 자료로는 검증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2]
따라서 “AI 도입 → 시간 절약 → 비용 절감 → 재투자”를 하나의 자동 과정으로 그릴 수 없다. 각 단계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 가지 기록을 섞지 않는다.
| 구분 | 확인할 것 | 오해하기 쉬운 점 |
|---|---|---|
| 업무 여력 | 같은 품질의 일을 끝내는 데 든 시간, 검토·재작업 시간, 남은 업무 | 줄어든 시간을 전부 현금 절감으로 적는다. |
| 지출 변화 | 줄어든 외주 청구액·유급 초과근무 등과 새 구독·도입·검증 비용 | 도구 사용료만 빼고 통합·검토 비용은 빠뜨린다. |
| 고객과 사업의 변화 | 대기 시간, 해결률, 오류·재문의, 추가 업무와 실제 수요 | 처리량 증가를 매출·이익 증가로 바로 바꾼다. |
이 표는 저자가 제안하는 검토 틀이다. 회계기준이나 검증된 성과 산식이 아니다. 비교 기간과 업무 범위를 먼저 정하고, 인원·수요·품질 기준이 함께 바뀌었는지 확인한다. 현금 지출, 회계상 비용, 업무시간의 추정 가치는 별도로 기록하고 같은 이익을 중복 계산하지 않는다.
한 달에 백 시간을 줄였다는 보고.
가상의 고객지원팀을 생각해 보자. AI 도입 뒤 문서 작성 시간이 한 달에 백 시간 줄었다. 추가 검토와 재작업에 삼십 시간이 들었다면, 먼저 남은 칠십 시간의 여력을 확인해야 한다. 직원의 급여가 그대로라면 칠십 시간에 시급을 곱한 금액을 새로운 현금 예산으로 편성할 수는 없다.
같은 업무 범위에서 외주 청구액이 줄었다면 지출 변화를 따로 확인한다. 새로 발생한 구독료·통합·유지 비용도 포함한다. 이미 다른 항목에 반영한 검토 비용을 다시 차감하지 않는다. 비용이 다른 부서로 옮겨갔거나 작업이 다음 달로 미뤄진 것은 아닌지도 본다. 이 사례의 수치들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실제 기업의 결과가 아니다.
남는 자원은 어떤 약속에 쓸까?
칠십 시간을 더 많은 안내문에 쓸 수도 있다. 반복해서 문의하는 고객의 문제를 찾아 제품 설명이나 수리 절차를 고치는 데 쓸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브랜드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약속하는지에 달려 있다. 새 콘텐츠가 필요한 고객과 수리가 지연되어 불편한 고객에게 같은 선택이 맞을 리 없다.
재배분은 저자의 경영 제안이다. 위 연구들이 특정 재투자의 매출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먼저 하나의 고객 문제를 고르고, 투입할 시간 또는 실제 확보된 예산을 정한다. 대기 시간이나 재문의가 개선되는지 보면서 품질·직원 부담·전체 비용이 악화되지 않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 일이 빨라진 만큼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도 줄었는가?
- 실제로 줄어든 지출인가, 추정한 시간 가치인가?
- 새 검토 업무와 오류 수정은 누가 얼마나 맡는가?
- 남는 여력으로 해결할 고객 문제는 무엇이며, 언제 다시 확인할 것인가?
책과 이어지는 질문.
최승위의 『AI 시대, 마케팅팀은 사라진다』와 영문 저서 No More Marketing Teams는 브랜드디자인경영의 관점에서 조직의 선택과 고객 경험을 연결한다. 이 글은 그 문제의식을 자원 배분으로 확장한 연구노트다. AI로 아낀 자원이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구현하는 데 쓰이는지 묻는다. 책의 관점이 특정 재무 성과를 실증했다는 뜻은 아니다.
빠른 업무가 좋은 출발일 수 있다. 그다음은 비워진 시간과 확인된 돈을 어디에 쓸지 선택하는 일이다. 고객이 느낄 변화까지 설명할 수 있을 때, 효율은 기업의 다음 선택을 돕는다.
자료와 한계.
[1] Dillon, Jaffe, Immorlica & Stanton, Shifting Work Patterns with Generative AI, NBER Working Paper 33795, 2025년 11월 개정 초록 기준. 초기 버전의 다른 시간 수치와 혼용하지 않았다. 일부 저자는 연구 당시 도구 제작사인 Microsoft에 소속되어 있었다. 현장 실험의 특정 도구·기간·업무에 관한 결과이며 전체 기업의 재무 효과로 일반화하지 않는다.
[2] OECD, Generative AI and the SME Workforce: New Survey Evidence, 2025년 11월 5일, 3장, Figures 3.5·3.6. 2024년 7개국 중소기업 설문의 생성형 AI 사용 기업 응답이다. 보고된 업무량·인력 수요 변화이며 회계자료로 확인한 비용 절감률이 아니다. 이 글의 표·가상 사례·재배분 질문은 저자의 제안이다. 세무·회계 처리나 투자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