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은 완성됐다. 사람도 성장했는가.
회의 전에 자료를 정리하고, 경쟁 제품을 비교하고, 제안서의 첫 문장을 쓰는 일. 신입이 맡던 이런 업무를 AI가 처리한다면 팀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완성된 문서만 보면 굳이 사람을 더 뽑을 이유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을 만드는 일과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르다. 초안을 쓰던 사람은 자료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제안이 왜 수정됐는지 듣고, 고객의 요청과 실제 문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배운다.
2027년을 앞두고 물어야 할 것은 신입 업무를 얼마나 없앨 수 있는가만이 아니다. 그 업무를 줄인 뒤에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다.
입구는 해고보다 채용에서 먼저 좁아질 수 있다.
변화는 반드시 대규모 해고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퇴사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거나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도 조직은 달라진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조용한 변화지만, 밖에서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는 입구가 좁아지는 일이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2026년 8월 12일 개정한 연구는 미국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했다. AI 노출 직종의 22~25세 고용은 덜 노출된 동년배의 고용 추세를 따라갔을 경우보다 19% 낮았다. 이 차이는 주로 해고 증가보다 젊은 노동자의 채용 감소에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신입 일자리의 19%가 AI 때문에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은 전 경제에 걸친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 증거는 없다고 밝히며, 결과를 인과 효과의 확정치가 아닌 초기 관측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 자료를 한국 기업의 전망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없애도 되는 일과, 없어지면 안 되는 기회.
신입에게 보고서를 반복해서 만들게 했다고 교육이 된 것은 아니다. 아무 설명 없이 형식만 고치던 시간은 학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지루한 일을 남겨 두는 것이 사람을 키우는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AI가 그 일을 대신하면 학습까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내놓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틀린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초안 작업은 줄어도 그 과정은 남아야 한다.
초보자가 AI의 답을 확인하게 하면 된다는 말도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아직 배우지 못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문서는 그 사람이 문제를 이해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기업이 줄여야 할 것은 의미 없는 반복이다. 함께 없애서는 안 되는 것은 처음 해 보는 사람이 실제 문제에 참여할 기회다. 채용을 줄이는 결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숙련자가 만들어지는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AI가 초보자의 일을 대신한다면, 초보자는 어디서 경험을 쌓는가?
이 글의 범위와 한계
신입의 학습 기회와 장기적인 숙련자 공급에 관한 논의는 저자의 문제 제기다. 인용한 연구가 한국의 채용 감소나 미래의 숙련자 부족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2027년은 논의를 위한 전망 시점이지 변화가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기한이 아니다.
